
지역주택조합 아직 내 집 층수도 모르는데, 전체 집값의 10%를 내라고요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다213488 판결)
천안시 일대에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원고)이 있었습니다. 피고들은 새 아파트를 공급받기 위해 이 조합에 가입하고 계약금 일부를 납부했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 공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이 조합의 계약 조건은 조금 특이했습니다. 조합원이 입주할 아파트의 동·호수는 당장 정하지 않고, 나중에 사업계획승인이 난 뒤에 공개추첨으로 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층수(1층, 2층, 3층, 기준층)에 따라 내야 할 총 분담금(집값)이 달랐는데, 1층이 가장 저렴하고 기준층이 가장 비쌌습니다.
계약서에는 무서운 환불 규정이 있었습니다. “조합원 자격을 잃거나 탈퇴하면, 총 약정금(전체 집값)의 10%를 위약금으로 떼고 돌려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위약금 규정은 지역주택조합 계약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사업 진행 중, 동·호수 추첨도 하기 전에 피고들이 계약금을 미납하는 등의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잃게 되었습니다. 조합은 계약서대로 “총 약정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피고들은 반발했습니다. “아직 내가 1층에 당첨될지 기준층에 당첨될지도 모르는데, 대체 무슨 금액을 기준으로 10%를 내라는 거냐!” 게다가 일부 피고들은 “조합 설립인가를 받고 3년이 넘도록 사업계획승인도 못 받은 조합의 잘못이 크니, 우리는 위약금을 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대법원 판결
1. 사건의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소송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 첫째, 아직 동·호수(층수)가 정해지지 않아 총 분담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약금(총 약정금의 10%)은 대체 어떤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할까요?
- 둘째,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 후 3년이 지나도록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그 이후에 탈퇴하는 조합원에게는 위약금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요?
2. 원심(2심)의 판단: 탈퇴 당시 밀린 돈만 기준! 3년 지났으면 위약금 면제
- 위약금 계산: 원심은 총 분담금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자격 상실 당시 이미 납부 기한이 지난 분담금’만을 기준으로 10%를 계산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3년 경과 면제: 또한, 3년이 넘도록 사업계획승인을 못 받은 것은 사업이 지나치게 장기화된 것이므로, 이때부터는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자격 상실의 책임을 물어 위약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일부 피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위약금은 1층 가격 기준, 3년 지났어도 위약금 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판단은 지역주택조합의 계약서가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 위약금 계산은 ‘가장 저렴한 1층 총액’ 기준: 위약금은 계약 위반에 대한 경고와 손해배상의 성격을 가집니다. 원심처럼 ‘밀린 돈’만을 기준으로 하면 위약금이 너무 적어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동·호수 추첨 전이라도 조합원은 1층부터 기준층 중 하나를 배정받게 되며, 1층 가격보다 낮아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고객에게 가장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가장 분담금이 적은 ‘1층의 분담금 총액’을 기준으로 10%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습니다.
- 사업 지연 핑계로 위약금 면제 불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원래 토지 매입 등 변수가 많아 지연될 수 있음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사업입니다. 실제로 이 조합은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2024년에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등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현실적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 법의 취지 오해: 주택법에 ‘3년 내 승인을 못 받으면 해산 여부를 결정하라’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는 조합원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절차일 뿐 계약 파기의 면죄부를 주는 규정이 아닙니다. 만약 3년이 지났다고 마음대로 위약금 없이 탈퇴하게 둔다면, 조합원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끝까지 사업을 원하는 남은 조합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귀책사유가 있는 조합원은 3년이 지났더라도 위약금을 내야 합니다.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에서는 위약금 산정 기준과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